연인산 아홉마지기 전설
옛날 연인산(경기도 가평) 산속에 길수라는 청년이 화전을 일구고 숯을 구워 팔며 살고 있었다. 길수는 마을의 유지인 김찬판 댁에 숯을 가져다주다가 그 댁의 소정이라는 하녀를 알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수는 김찬판에게 소정과 혼인하고자 하오니 승낙해 주십사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김찬판은 조 백 가마를 가져오든가, 숯 가마터를 내놓고 이 고장을 떠나 산다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삶의 터전에서 떠날 수가 없는 길수는 조 백 가마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길수는 연인산 위쪽에 아홉마지기 밭을 일구어 조를 심어 백 가마를 거두기 며칠을 앞두고 처음부터 소정을 줄 마음이 없던 김찬판은 터무니없이 길수를 역적의 자식이라고 관가에 고발했다. 잡으러 온 포졸들의 눈을 피해 길수는 함께 도망가고자 소정을 찾아갔으나 소정은 길수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잡혀갔으니 살아 돌아 올리는 만무 하다고 생각하고 인생을 포기하고만 후였다. 길수는 자신의 희망이었던 조를 불태우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죽었다던 소정이도 길수를 뒤따랐다. 불이 꺼진 후 마을 사람들이 조밭에 가보니 신발 두 켤레만 남아 있었고 신기하게도 그 주변에는 얼레지와 철쭉나무가 불에 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한다.
'얼레지'의 종족 보전을 위한 전략
식물은 동물과 달리 나름의 독특한 전략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간다.
민들레는 씨앗에 붙어 있는 갓털을 이용하여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한다. 도둑놈의갈고리나 도깨비바늘은 열매에 달려 있는 갈고리를 이용하여 동물의 몸에 달라붙어 새로운 세계로 이동한다. 봉숭아는 다 익은 꼬투리를 탁 터뜨려 씨를 멀리 날려 보내는 방법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기도 한다.
얼레지는 어떻게 할까? 뜻밖에 개미의 도움으로 영역을 넓혀간다. 녹음이 짙어지면 잎은 거의 시들어 버리고 열매가 성숙하면 3갈래로 갈라진다. 그 속에 여러 개의 길쭉한 씨가 들어 있는데 지방산, 아미노산, 포도당 등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인 엘라이오좀(elaiosome)이라고 하는 것이 씨를 감싸고 있다.
그래서 개미들은 얼레지의 씨를 열심히 개미집으로 물어 나른다. 얼레지 씨에 붙어 있는 엘라이오좀은 개미 유충들의 훌륭한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엘라이오좀을 다 먹고 난 씨는 개미의 배설물과 함께 개미집 주변에 내다 버린다.
이렇게 하여 얼레지는 부모로부터 떨어진 새로운 자리에 터를 잡아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린다. 얼레지는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개미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출처 : 한겨레 온
얼레지 이야기
더없이 깊은 산골에 살면서 누구보다도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우리 꽃이 있는데 바로 얼레지이다. 얼레지는 심심산골에 자라는 우리의 토종 식물인 것이다.
이파리에 점점 얼룩이 있어 '얼루기'라고 부르던 것이 '얼레지'가 되었다.
꽃잎은 햇살이 좋은 날이면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데 꽃잎의 모양이 마치 화난 가재가 두발을 들고 위협하는 모습 같아 '가재무릇'이라는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잎을 서서히 열어 개화하는데 5분 정도 걸리고 햇살이 약해지면 잎을 닫아 다시 아침을 기다린다.
얼레지는 향기가 없는 꽃이다. 그래서 꽃이 군락을 이뤘음에도 간혹 벌들이 날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군락지를 이루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일까?
그들의 씨앗에는 개미들이 좋아하는 당분덩어리인 얼라이오좀이 붙어있어 그것을 먹기 위해 개미들은 부지런히 씨앗을 집으로 옮긴다. 개미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얼라이오좀만 먹고 맛없는 씨앗은 쓰레기라 생각하고 버린다. 개미집 부근에는 부드러운 흙이 있기 마련이니 그 곳에 떨어진 씨앗은 싹을 내고, 또 다른 군락지를 이루는 것이다.
얼레지는 씨앗이 떨어져 싹이 나면 바로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7년 이상의 긴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야 비로소 한 송이 꽃을 피운다. 올해 처음으로 꽃대를 올린 얼레지라면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7년을 기다린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이 얼레지의 잎을 나물로 해 먹는데 산을 내려와 시장을 반찬 삼아 먹는 산채비빔밥 같은 음식에 간혹 얼레지 나물이 나오기도 한다. 약간 새큼하면서도 참나물이나 취나물과는 또 다른 얼레지나물만의 색다른 맛이 있으며 얼레지 묵나물로 국을 끓여 먹기도 하는데 미역국 맛이 난다 하여 이 나물을 '미역취'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이 식물의 꽃을 아는 사람은 아까워서 먹기 어렵다. 얼레지는 약용으로 이용하며 한방에서는 편율접분이라는 생약명으로 이용한다. 봄이나 여름에 인경을 채취하여 말리거나 생것을 그냥 이용하는데 건위, 진토, 지서 등에 효능이 있어 위장염, 구토, 화상, 최고급 전분 원료로 쓰이며 물에 다려 마시거나 생잎을 찧어 상처에 부치기도 하며 토하거나 불에 데었을 때 약으로 쓰기도 한다.
얼레지의 여왕은 흰얼레지일 것이다. 얼레지에 비해 흰얼레지는 꽃잎이 흰색이고 꽃잎 안쪽의 무늬가 황갈색이며 꽃밥이나 꽃가루도 황갈색을 띠는 점이 특징이다. 흰얼레지는 잎의 무늬가 검은 자주색이 아니라 흰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꽃이 없을 때 잎만 보고도 찾아낼 수 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다.
자료제공 : 단양국유림관리소
나란히 핀 세자매
김훈 소설 <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은 민통선 안 국립수목원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식물을 그리는 세밀화가가 주인공이다. 당연히 이 소설에는 꽃 이름과 꽃을 그리는 과정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는 얼레지도 있다.
꽃은 식물의 성기라는데, 눈을 뚫고 올라온 얼레지 꽃은 진분홍빛 꽃잎을 뒤로 활짝 젖히고 암술이 늘어진 성기의 안쪽을 당돌하게도 열어 보였다. 눈 위에서 얼레지 꽃의 안쪽은 뜨거워 보였고, 거기에서도 쟁쟁쟁 소리가 들리는 듯싶었다.
소설에서 묘사도 심상치 않지만, 얼레지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꽃이다. 이름도 특이한 데다 꽃 생김새도 꽃잎을 뒤로 확 젖힌 것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얼레지가 꽃잎을 확 젖히는 이유는 곤충들에게 먹을 것이 많다고 광고하기 위한 것이다. 얼레지가 꽃잎을 젖혔을 때 보이는 진한 보라색 삐죽삐죽한 무늬가 바로 꿀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안내판이다.
얼레지에 대한 다른 묘사
얼레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묘사가 아주 다르다.
<한국의 야생화> 저자 이유미는 이를 ‘산골의 수줍은 처녀치고는 파격적인 개방’이라고 했고,
<제비꽃 편지> 저자 권오분은 ‘압구정동 지나는 세련된 아가씨 같은 꽃’이라 했다. 또한 물속을 향해 다이빙하는 수영선수처럼 날렵하게 생겼다고 했고
한성대 언어교육원 임소영 책임연구원은 한 기고에서 ‘온몸을 뒤로 젖히고 한쪽 다리로 얼음을 지치는 피겨 선수를 닮았다’고 표현했다.
<충남 도민리포터>
군락을 이루어 피어난 모습이 마치 갈라쇼에서 김연아가 춤을 추는 여러 모습이 동시에 보여지는 듯한 느낌
메릴린 먼로가 뒤집어진 치마를 잡고 있는 모습
느낌이 참 다양한 꽃인 것이 분명하다.
얼레지의 위장술
얼레지 잎을 보니 얼룩덜룩한 무늬가 참 다양하다. 얼룩무늬가 진한 것, 얼룩이 줄어들고 녹색이 많아진 것 등, 우리 군인들의 군복 무늬처럼 보이기도 한다. 잎이 얼룩덜룩해서 얼레지라고 했다는데 왜 이렇게 무늬가 다양할까?
보통 위장술은 동물이나 곤충이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다. 주변과 비슷한 보호색을 띠기도 하고, 주변 환경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하기도 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포식자를 쫓을 만한 다른 무서운 동물을 닮기도 한다. 또 갑자기 이상한 색채를 내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식물들도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나 얼레지처럼 주변 환경과 비슷한 무늬를 만들어 자신을 위장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얼레지는 남들보다 일찍 낙엽 속에서 잎이 나오는데 이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 초식동물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진한 얼룩덜룩한 무늬로 낙엽 속에서 자신을 감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녹색식물이 나타나고 얼레지가 꽃이 필 무렵엔 무늬가 완전히 사라지고 녹색만 띄게 된다.
사람이 보기엔 참으로 기막힌 생존전략이고 얼레지의 입장에서 보면 필사의 생존전략이다. 그럼에도 그예 찾아내 나물로 해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출처 : 충청타임즈(http://www.cctimes.kr)
얼러지타령(강원도 양구)
바랑골 뒷동산에 더덕싹이 나거든
우리나 삼동세 더덕 캐러가세
대바우 용옆에 얼러지가 나거든
너하고 나하고 얼러지 캐러 가자
얼러지타령은 양구의 산악지대에 기대어 살아가는 주민들의 애환을 노래한 민요조 타령으로 지역에서는 ‘양구아리랑’으로 여긴다.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